
살다 보니 한 가지를 알게 된다.
상대를 배려한다는 이유로
참고 넘어갔던 일들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마음속에 묻어두고 삼켰던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 더 큰 상처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예전에는 참고 사는 것이
어른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억울해도 참고,
서운해도 참고,
내 생각과 감정보다 상대방 입장을
먼저 생각했다.
그것이 배려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깨닫게 되었다.
참았던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 감정은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가
어느 날 문득 후회가 되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간관계를 힘들게
만들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상대방은 내가
무엇을 참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배려한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내가 괜찮은 줄 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결국 상황은 바뀌지 않고,
나만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는 것이
감정대로 행동하라는 뜻은 아니다.
화가 난다고 화를 쏟아내고,
기분이 상했다고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중요한 것은 내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속상하구나."
"나는 지금 화가 나는구나."
"나는 지금 힘들구나."
먼저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다.
내 감정을 인정할 수 있어야
건강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
참다가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나 자신 역시 존중할 수 있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더 느끼게 된다.
무조건 참고 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젊을 때는 버티는 힘으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내 마음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를 배려하는 것과
나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이야기다.
배려는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희생은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살다 보면 양보해야 할 일도 있고,
참아야 할 일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참고만 살아갈 필요는 없다.
내 감정도,
내 마음도,
내 삶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한다.
좋은 사람은 모든 것을
참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감정 역시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배려는 서로를 살리지만,
희생은 때로 나 자신을 지치게 만든다.
그 둘의 차이를 알아가는 것도
인생이 가르쳐 주는 중요한 배움 중
하나인 것 같다.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더 많이 참는 능력이 아니라,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용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용기 위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나 자신도 아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앞으로 배우고 싶은
삶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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