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 삶을 생각하다

부모님의 시간을 바라보며

by NAA(나아) 2026. 8. 26.
반응형

며칠 전 어머니 생신을 맞아 고향집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형제들이 모여 함께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자리였다.

하지만 집에 도착해 부모님을 뵙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불과 2주 전 다녀갔는데도 두 분은 눈에 띄게

더 약해져 계셨다.

 

뒤늦게 들은 이야기는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머니께서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지셨고

응급실까지 다녀오셨다는 것이다.

머리에 멍이 들고 부어 있는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왜 진작 알리지 않으셨을까 하는 서운함보다도,

그 힘든 일을 겪으시고도 자식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말하지 못하셨을 부모님의

마음이 먼저 떠올랐다.

 

두 분 다 올해 여든아홉.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제는 걷는 것조차

힘겨워 보인다.

예전에는 당연하게만 보였던 모습들이

이제는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젊고 건강했던 부모님의 모습은

어느새 기억 속에만 남아 있고,

지금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던 것은 두 분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몸은 아프고,

기운은 없고,

걷는 것조차 힘든데도

서로를 붙잡고 하루를 살아가고 계셨다.

자식들은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가느라

곁을 지키지 못한다.

마음은 늘 부모님 곁에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미안하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생각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젊을 때는 돈을 벌고,

성공을 위해 달리고,

가족을 책임지는 것이 삶의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인생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며,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부모님의 노년을 보며 나의 노년도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나 역시 부모님처럼 몸이 약해지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날이 올 것이다.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부모님의 모습을 통해 처음으로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진다.

예전에는 무엇을 더 가져야 하는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더 소중히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돈보다 사람을,

성공보다 관계를,

결과보다 오늘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더 귀하게 여기게 된다.

 

부모님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자주 찾아뵙고,

더 자주 전화드리고,

더 많이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부모님의 뒷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지금 곁에 계실 때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표현하자고.

그것이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효도일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먼저 인생의 끝자락을

걸어가고 계신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날,

자식은 비로소 부모님의 시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