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25 88세 아버지가 62세 자식에게 주신 나의 첫 커트비.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로설 연휴에 찾아뵙지 못했다.일주일이 지나서야 고향에 내려가부모님을 뵈었다.서해대교를 건너는 길은 늘 비슷하지만,그 다리를 건너는 마음은 갈 때마다조금씩 달라진다. 나는 요즘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산소를 찾는것보다 살아 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자주 찾아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그래서 가능하면이런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좋고,대단한 이벤트가 없어도 좋다.그저 함께 앉아 먹고, 마시고,웃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요즘에는내가 이발을 배우고부모님 두 분의 머리를 깎아드린다.어머니는 두 번째,아버지는 세 번째 커트다. 가까운 이발소나 미용실에 가시면 되겠지만시골에서는 그마저도 번거로운 일이다.하지만 사실 이 커트는편의나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나에게도, 부모님에게도이 .. 2026. 2. 23. 삶을 지탱하는 것들에 대하여 나이가 들수록삶을 떠받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자주 돌아보게 된다.젊을 때처럼 앞만 보고 달릴 수 없게 되니자연스럽게 삶의 바닥을 살피게 된다. 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솔직히 말하면완전히 돈 없이 살아가는 삶을현실적으로 그리기는 어렵다.적어도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그렇다. 돈은 행복 그 자체는 아니다.하지만 불행을 막아주는 역할은 분명히 한다.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는지,쉬고 싶을 때 잠시 멈출 수 있는지,누군가에게 과하게 기대지 않고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이 질문들 앞에서돈은 생각보다 현실적인 힘을 가진다. 특히 이 나이에 와서는돈의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생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책임도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벌이의 속도는 느려졌지만삶의 무게가 함께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2026. 2. 19. 삶의 경계에 서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삶의 한가운데가 아니라경계에 서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앞만 보며 달리던 시절은 지났고,그렇다고 모든 걸 내려놓기엔아직 해야 할 일과 책임이 남아 있다.뒤돌아보면 지나온 시간이 길고,앞을 바라보면 확실하지 않은시간이 놓여 있다. 몸이 먼저 알려준다.눈은 예전만큼 또렷하지 않고,관절은 이유 없이 욱신거린다.병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하고,괜찮다고 넘기기엔 신경 쓰이는 변화들.이제는 몸의 작은 신호에도‘혹시’라는 생각이 따라온다. 생각도 그렇다.말 한마디에 오래 머물고,사소한 장면 하나가 마음에 남는다.죽음이라는 단어가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현실적인 질문처럼 다가오는 순간도 있다. 자식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의지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기대하지 않는 편이 서로 편하다는 걸이제는.. 2026. 2. 18. 61세, 퇴직 후 삶을 버티기 위한 체크 리스트 퇴직 이후 가장 힘든 건“앞으로 어떻게 살지”라는 질문보다돈도, 시간도, 체력도예전처럼 무한하지 않다는 걸몸으로 느끼는 시점.모든 것이 사라진 것 같은 상황에서느끼는 막막함이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도 몰라그저 불안감에 휩싸여 하루하루를버텨내야만 했다. 그때의 나의 마음은앞으로 무엇을 더 이뤄야 할지보다"지금 가진 것들로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였다. 그래서 퇴직 후 1년이 지난 지금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답은 아니지만퇴직 후, 우선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 삶을 버티기 위한 체크 리스트를적어보았다. 1️⃣ 고정 지출부터 다시 본다퇴직 전에는 당연했던 지출들이퇴직 후에는 다시 생각해 볼 대상이 된다.매달 반드시 나가는 돈은 얼마인가줄일 수 없는 지출과 줄일 수 있는 지출은 무엇인가‘습관처럼’ 나가고 있.. 2026. 2. 17. 연습과 실전 사이, 머리보다 어려운 것들 나는 요즘일주일에 5일, 하루 3시간씩학원 이발소에서 무료 커트를 한다.매번 손님을 대할때마다 늘 당황스럽다. 학원에서 가발로 연습할 때는모든 게 정돈돼 있었다.두상도 일정했고, 머리결도 비슷했고,내가 배운 순서대로 자르면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학원 이발소에서 실제사람 머리를 자르기 시작하면서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사람들의 머리는 정말 제각각이다.울퉁불퉁한 두상,가늘거나 유난히 두꺼운 머리카락,직모와 곱슬,떡이 져서 빗질조차 쉽지 않은 머리,숱이 너무 많거나 반대로 거의 없는 머리,정수리가 훤히 드러난 대머리까지. 가발로 연습할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변수들이 의자에 앉은 순간부터한꺼번에 밀려온다.연습과 실전은 정말 다르다는 말을몸으로 실감하는 요즘이다. 거기에 사람은 머리만 다른 게 아니다.성격도.. 2026. 2. 15. 메마른 곳에서도 다시 자라는 것들 나에게 말을 걸어온 선인장선인장은 생명력이 강하다.메마른 땅에서도 버티고,병이 들어 일부를 잘라내야 할 때에도그 자리에서 다시 새 살이 돋는다.그리고어느 순간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꽃을 피운다. 내가 키운 선인장들을 보고 있노라면그저 대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상처가 없어서가 아니라상처가 있어도다시 살아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잘려 나간 자리에서조금씩, 정말 조금씩새로운 살이 올라오는 걸나는 여러 번 지켜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선인장이 내게 말을 거는 것만 같다.“봐라, 나도 이겨내잖아.너도 할 수 있어.”크게 말하지도,재촉하지도 않는다.그저 살아 있는 모습으로보여줄 뿐이다. 힘들 때나는 선인장 앞에 오래 서 있었다.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시간 자체가위로가 되었다.선인장은괜찮아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2026. 2. 10.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