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순간부터 나는
삶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경계에 서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앞만 보며 달리던 시절은 지났고,
그렇다고 모든 걸 내려놓기엔
아직 해야 할 일과 책임이 남아 있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시간이 길고,
앞을 바라보면 확실하지 않은
시간이 놓여 있다.
몸이 먼저 알려준다.
눈은 예전만큼 또렷하지 않고,
관절은 이유 없이 욱신거린다.
병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하고,
괜찮다고 넘기기엔 신경 쓰이는 변화들.
이제는 몸의 작은 신호에도
‘혹시’라는 생각이 따라온다.
생각도 그렇다.
말 한마디에 오래 머물고,
사소한 장면 하나가 마음에 남는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현실적인 질문처럼 다가오는 순간도 있다.
자식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의지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기대하지 않는 편이 서로 편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부모로서의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바라지 말아야 할 것도 많아진 나이.
그래서 요즘의 나는
앞으로도, 뒤로도 쉽게 기울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중심을 잡는다.
몸을 과신해도 위험하고,
지나치게 움츠려도 위험한 시기.
무언가를 꼭 붙잡아도 흔들리고,
완전히 놓아버려도 불안해진다.
삶의 경계에 서 있다는 건
불안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균형을 배워야 하는 시간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모든 걸 잘 해내려 하지 않고,
아프면 아프다고 인정하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마음속으로 말해보는 것.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시간과 가능성을
스스로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
오늘도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 조심스레 균형을 잡으며
삶의 경계에서,
그렇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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