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을 하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자유가 아니라
말할 곳이 사라졌다는 느낌이었다.
회사에 있을 때는
회의실이 있었고, 동료가 있었고,
문제가 생기면 최소한 “이건 누구에게
물어보면 되겠다”는 감각이 있었다.
퇴직과 동시에 그 구조가
한 번에 사라졌다.
퇴직자는 시간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는
“이제 좀 쉬어도 되지 않느냐”,
“천천히 생각해 보라”는
말을 쉽게 건넨다.
하지만 정작 퇴직자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조차
막막한 시간이 시작된다.
퇴직자가 혼자 고민하게 되는
첫 번째 이유는
역할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누구의 상사도, 부하도, 담당자도
아닌 상태가 되면
내 고민이 ‘업무’가 아니라
‘개인 문제’가 된다.
그 순간부터 질문은 조용해지고,
답을 구하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두 번째 이유는
비교의 대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회사 안에서는
비슷한 연차,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있었다.
퇴직 후에는 각자의 속도와 상황이
달라진다.
누군가는 바로 창업을 하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쉬고,
누군가는 연락조차 끊긴다.
그 속에서 내 상태를 가늠할 기준이
없어지고 결국 혼자 판단하게 된다.
세 번째는
도움을 청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다.
오랜 시간 책임지는 역할에 있었던
사람일수록 “잘 모르겠다”, “불안하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한다.
퇴직 후에도 그 습관은 남아
혼자 정리하고, 혼자 결론을
내리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누군가에게 묻기보다는
인터넷을 뒤지고, 혼자 계획을 세우고,
혼자 실패한 기분을 삼켰다.
그러다 보니 고민은 정리되기보다는
겹겹이 쌓였다.
퇴직자가 혼자 고민하게 되는 건
의지가 약해서도,
준비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말을 걸 수 있는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퇴직자를 위한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정답을 주는 일이 아니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직 나 역시 그 길을 완전히
통과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
다만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이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퇴직자는 혼자 고민하게 되기 쉽다.
하지만 반드시 혼자여야 할 이유는 없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누군가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함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정답"이
되진 않아도 같이 숨 고를 수 있는 자리.
혼자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탓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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