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살다 보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앞이 안 보인다기보다
앞이 너무 많아져서 멈춰 서게 되는 순간.
퇴직 이후의 시간이 그랬다.
회사가 사라지자
방향도 함께 사라졌다.
누군가는 자유라고 말하지만
막상 그 안에 서보면
자유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정해진 출근 시간도,
누군가 정해주는 역할도 없다는 건
모든 선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는 뜻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것저것 해봤다.
기술을 배우고,
투자를 공부하고,
새로운 일을 기웃거렸다.
돌아보면
그건 계획이라기보다
불안이 만든 움직임이었다.
방향을 잃었을 때
사람은 두 가지를 반복한다.
가만히 서 있거나,
아니면 이유 없이 바쁘거나.
나는 후자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하나 알게 된 게 있다.
방향을 잃은 게 아니라
기존의 방향이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오래 한 일을 내려놓는다는 건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나를 설명하던 말을 하나 잃는 일이었다.
그래서 더 흔들렸고
그래서 더 불안했다.
지금도
완전히 방향을 찾았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다만 예전처럼
무작정 어디론가 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대신
한 걸음이 맞는지
지금의 내가 견딜 수 있는 속도인지
자주 확인한다.
살면서 방향을 잃는 건
실패가 아니라
속도를 다시 조절하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멈춰 서도 괜찮고
돌아가도 괜찮고
아직 모르겠다고 말해도 괜찮다.
나는 지금
방향을 찾는 중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예전보다 덜 두려워하게 되었다.
반응형
'은퇴 이후, 돈을 다시 설계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우울할 때 아무 말도 듣기 싫었던 나에게 (0) | 2026.01.25 |
|---|---|
| 퇴직 후 마음 관리: 우울과 상실을 건너 인생 2막으로 가는 법 (0) | 2026.01.24 |
| 겪어보지 못한 세월, 그 누가 알까 (0) | 2026.01.19 |
| 퇴직 후에야 알게 된 것, 일은 하나일 필요가 없었다 (0) | 2026.01.18 |
| 퇴직하고 제일 먼저 무너졌던 건 몸과 마음이었다. (0) | 2026.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