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들어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퇴직자를 위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퇴직 후 한동안은
내 문제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시간은 생겼는데
쓸모를 증명할 자리는 없고,
아무도 나에게 당장 무엇을 기대하지 않는 상태.
그 공백이 생각보다 컸다.
그때 알게 됐다.
퇴직이란 게
일을 그만두는 일이 아니라
관계와 역할까지 모든 게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이라는 걸.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됐다.
나이, 속도, 불안, 질문의 방향까지 닮아 있었다.
누군가는 나보다 먼저 포기했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버티고 있었고,
누군가는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도 몰라 망설였다.
그때부터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많은 도전을 해보고,
그중에 내가 어떤 도전에서, 그 과정을 끝까지 지나,
그 일에서 뭔가 이루어낸 사람으로서 자격이 된다면,
그런 과정의 길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아직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조언할 자격도 없다.
다만 지금 이 상태의 나는 그 자격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퇴직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막막함에 울고 싶을 때.
그런 사람들에게
어느 외딴섬에서 깜박이며 방향을 알려주는
작은 등대가 되고 싶어졌다.
퇴직이란 누구나에게 반드시 온다.
정년퇴직, 자발적 회사 중도 퇴직, 강제퇴직,
그것만이 퇴직이 아니다.
자영업자가 사업을 접는 일, 나이가 들어
자식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것도 그렇고,
나이 든 사람의 생의 마감 또한 퇴직이다.
퇴직자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거창한 목표라기보다
나와 같이 퇴직 후 허허벌판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못 잡고
한 발자국조차 내디딜 수 없는 사람들에게
한 발자국 내딛을 수 있는 작은 등대가
되고 싶은 작은 바람에 가깝다.
이 글은 약속도, 계획도 아니다.
지금의 나에게 생긴 마음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
그렇다.
다만 오늘은,
이 마음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내게 욕심이 생긴다면
이 마음을 꼭 이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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