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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 돈을 다시 설계하다

정년, 달리던 기차에서 나는 내려져 있었다.

by 링크셀릭스 2026.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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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에 내려진 이라 표현하고 싶다.

내가 멈추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속도를 늦추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아무 준비도 없이 선로 옆으로

밀려난 기분이었다.

 

1991년 입사하여,

34년 동안 앞만 보고 무작정 달려왔던 시간들.

그 많은 시간을 뒤로하고 퇴직을 앞두고 있던 그 무렵,

퇴직 일이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속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함과 초조함이 커져갔다.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억지로 몇 숟가락을

뜨다 내려놓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자 의도치 않게 몸무게가 무려

7kg 이상이나 빠져 있었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이 감당하지 못하는 불안을.

 

정년이라는 말을 그전까지는 남의 일처럼 생각했다. 

입버릇처럼 정년을 대비하고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머리로만 생각했을 뿐,

정작 그 단어가 내 이름 앞에 붙는 순간이 

올 거라고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대책도 없이.

정년은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만큼

엄청난 충격 자체였다.

머리로만 알고 행동이 없었던 나의

어리석음을 얼마나 자책하고 또 자책했는지 모른다.

우울했다.

 

" 나는 지금까지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었던 걸까? "

 

달리던 기차에서 내려지고 보니 주변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같았다.

플랫폼도, 안내판도 없이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멈추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다음 기차는 언제 오는지, 

아니, 기차가 오기는 하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앞으로의 삶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해야 할지

●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 질문에 난 단 하나도 답할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 그래도 그동안 열심히 살았잖아 "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내 안에서는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었다.

 

일이 사라지자 역할도, 자리도, 방향도 함께 사라졌다.

자존감은 바닥을 구르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글은 

2025년 1월, 그 시기에 나를 붙잡아 두기 위한 기록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감정을 희미하게 미화해버릴까 봐,

지금 그때의 공포에 가까운 불안감, 허탈감 그리고 멈춰버린

미래에 대한 막막함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남겨두고 싶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나와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다.

 

이러한 감정은 이상한 게 아니다.

아주 정상적인 반응이다.

 

이 글을 시작으로 나는 정년 후의 삶을 하나씩

기록해 보려고 한다.

1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답은 없다.   

다만, 멈춰 있지는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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