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어느 노랫말에서 마주친 이 문장이
이상하리만큼 마음에 오래 머문다.
사랑한다는 건 분명 따뜻한 일인데,
왜 그 안에는 쓸쓸함이
함께 들어 있는 걸까.
젊은 날에는 몰랐다.
사람을 좋아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
그저 따뜻하고 좋은 일인 줄만 알았다.
진심으로 대하면 진심이 돌아오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상대도 손을 잡아줄 것이며,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이해하고 배려하면
관계는 더 깊어질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때로는 하고 싶은 말을 삼켰고,
서운해도 괜찮은 척했으며,
상대의 형편을 먼저 생각하느라
내 마음은 뒤로 미루기도 했다.
그것이 어른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이
궁금해진다.
오늘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마음 아픈 일은 없었는지.
별것 아닌 일에도 마음이 쓰이고,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도
오래 마음이 머문다.
내 하루의 한쪽에
어느새 그 사람이 자리 잡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누군가를 마음에 들이는 일은
이토록 자연스러운데,
내 마음을 온전히 전하는 일은
왜 이리 어려운 걸까.
나는 그 사람을 생각하는데
그 사람은 나만큼 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오래 기억하는 일을
그 사람은 이미 잊었을 수도 있다.
내게는 소중했던 순간이
상대에게는 그저 평범한
하루였을 수도 있다.
내가 건넨 진심이
상대에게는 잠시 스쳐 가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며,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도 다르니까.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은 좀처럼 그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내가 배려한 만큼
상대도 배려하는 것은 아니었고,
내가 참아온 마음을
상대는 알지 못할 때도 있었다.
나는 관계를 지키기 위해 마음을 썼는데
상대는 그 관계가 저절로 유지되는 줄
알았을 수도 있다.
내가 오래 고민했던 일을
상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을 수도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마음을 썼는데
그 사람은 그런 내 마음을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럴 때면 가끔 서글퍼진다.
내가 그 사람에게 가졌던 마음과
그 사람이 나에게 가졌던 마음이
꼭 같은 크기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
내가 소중하게 여긴 관계가
상대에게는 그만큼 소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 마음을 다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면 가까워질 줄 알았다.
마음을 나누면 외로움도 조금은 줄어들 줄 알았다.
하지만 때로는 사랑하기 때문에 더 외롭다.
기대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기다리게 되고,
서운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서운해지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작은 말 한마디를 기다린다.
그 사람이 웃으면 나도 좋고,
그 사람이 힘들면 나도 마음이 아프다.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하루가 환해지기도 하고,
무심한 표정 하나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한다.
내 감정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내어준다는 것.
그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위태로운 일이다.
어쩌면 사랑이 쓸쓸한 이유는
내 마음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맡겨 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사람을 향한 마음을
쉽게 거두어들일 수도 없다.
한 번 정을 주면 오래 마음이 쓰이고,
힘든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고,
내가 조금 더 이해하면 괜찮아질 것 같아
다시 한번 마음을 내어주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것들도 있다.
모든 마음이 같은 크기일 수 없다는 것.
모든 인연이 같은 시간 동안 머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끝내 다 알 수 없는 서로의 마음이 있다는 것.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고,
모든 관계를 끝까지 지켜야 할 의무도 없다는 것.
배려와 희생은 다르며,
사랑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도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배려하되 나를 희생하지 않고,
마음을 주되 그 마음이 당연하게
여겨지도록 두지 않고,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나 자신 역시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상대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바라지 않으면서도
내 마음을 함부로 대하는 관계에서는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준 만큼 돌려받지 못했다고 해서
그 마음이 모두 헛된 것은 아니라고,
오래 곁에 머물지 못했다고 해서
그 인연의 시간이 무의미했던 것도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고 싶다.
내가 건넨 따뜻함이 반드시
내게 돌아오지 않더라도,
내가 진심으로 대했던 시간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 마음은 적어도 내게는 진심이었으니까.
돌아보면 사람 때문에 웃었던 날도 많았고,
사람 때문에 마음 아팠던 날도 많았다.
그래도 사람을 믿었던 마음까지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제는 나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
서로의 마음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
한쪽만 애쓰지 않아도 편안하게 이어지는 관계를
조금 더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람을 더 많이 알아가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떤 관계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는 법을
배워가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나 자신도 조금
이해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안에도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상대를 배려하되 나를 함부로 내어주지 않고,
마음을 주되 내 마음도 소중히 여기며,
곁에 있어 주되 나 역시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사랑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니까.
오늘도 문득 그 가사가 마음에 남는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그래도 나는 여전히
사람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
사람 때문에 아팠다고 해서
사람을 향한 마음까지 닫아버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제는 조금 덜 아프게,
조금 더 나를 지키면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내 마음도 아껴주면서.
그렇게 남은 날들을 살아가고 싶다.
'인문학, 삶을 생각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베풀고 싶다면 멀리 보지 말고 가까이 보라 (0) | 2026.10.06 |
|---|---|
| 배려와 희생은 다르다 (0) | 2026.09.19 |
| 🎵 힘들 때 꺼내 듣는 노래, 조선힙합 추천곡 10선 (0) | 2026.08.28 |
| 하루하루 사는 게 힘겨울 때 어떡하지? (0) | 2026.08.28 |
| 부모님의 시간을 바라보며 (0) | 2026.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