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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 돈을 다시 설계하다

삶을 지탱하는 것들에 대하여

by 링크셀릭스 2026.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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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삶을 떠받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자주 돌아보게 된다.
젊을 때처럼 앞만 보고 달릴 수 없게 되니
자연스럽게 삶의 바닥을 살피게 된다.

 

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말하면
완전히 돈 없이 살아가는 삶을
현실적으로 그리기는 어렵다.
적어도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그렇다.

 

돈은 행복 그 자체는 아니다.
하지만 불행을 막아주는 역할은 분명히 한다.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는지,
쉬고 싶을 때 잠시 멈출 수 있는지,
누군가에게 과하게 기대지 않고
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이 질문들 앞에서
돈은 생각보다 현실적인 힘을 가진다.

 

특히 이 나이에 와서는
돈의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생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책임도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
벌이의 속도는 느려졌지만
삶의 무게가 함께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이 많아지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하면
그 또한 아니다.
돈이 있어도 늘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본다.
더 모아야 할 것 같고,
잃을까 봐 마음을 놓지 못하고,
비교 속에서 스스로를 소모한다.

 

이쯤 되면 돈은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
불안을 키우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질문을 이렇게 바꿔본다.

 

얼마나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느 정도면 덜 흔들릴 수 있을까.

 

행복을 보장하는 금액은 없지만
불안을 줄여주는 기준은 있는 것 같다.
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
아프면 치료를 미루지 않아도 되는 여유,
누군가에게 계속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형편.

 

그 선을 넘어서면
돈의 역할은 조금 달라진다.
행복을 만들어주기보다는
선택지를 넓혀주는 쪽에 가깝다.
어디서 살지,
어떻게 시간을 쓸지,
무엇을 살지.

 

나이가 들수록
돈의 의미는 더 분명해진다.
젊을 때의 돈이 ‘기회’였다면,
지금의 돈은 ‘자율성’에 가깝다.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힘,
누군가에게 과하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여지.
그 정도만 있어도
삶의 균형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돈을 더 가지려 애쓰기보다
돈 앞에서도 나를 잃지 않으려 한다.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는
불안을 쪼개고,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는 마음을
그때그때 다시 세운다.

 

이 나이에 바라는 것은
부자가 되는 인생이 아니다.
아플 때 치료를 미루지 않고,
마음이 무너질 때
스스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삶이다.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적어도 나는 안다.
돈 때문에 흔들릴 수는 있어도
내 삶의 중심까지
내줄 생각은 없다는 것을.

 

삶을 지탱하는 것들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
하루를 버텨내는 마음,
그리고 스스로를 함부로 놓지 않는 자세.

 

나는 오늘도
그 중심을 잃지 않으려
조용히 하루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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