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사 실기시험에서 또 떨어졌다.
지난번과 똑같은 56점이다.
이번에는
괜찮을 줄 알았다.
적어도 지난번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했기에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마음이 쉽게 따라오지 않았다.
불합격이라는 사실은 분명한데,
그걸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닌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된 거 아니었나’
마음 한편에서는
계속 부정하고 싶어진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해도
속은 상하고,
이유 없이 화도 올라온다.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며칠 전
“60대, 시험장에 다시 서다…”라는 글을 썼었다.
그날 나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적었고,
스스로를 넘어서려 했던 하루였다고 정리했다.
그 말은 지금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그래서 이번에는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기로 했다.
속상하면 속상한 대로,
억울하면 억울한 대로,
그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다음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본다.
불합격을 인정한다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 위치를 정확히 아는 일이라는 것.
지금 나는
아직 합격선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는
이미 한 번 넘어졌고,
다시 일어나 두 번째 시험까지 왔다.
불합격했지만
이건 실패가 쌓인 것이 아니라
과정이 쌓인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시작해보려고 한다.
‘왜 떨어졌을까’라는 생각보다
‘어디를 더 채워야 할까’를 먼저 보려고 한다.
나를 몰아붙이기보다
나를 더 정확하게 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있으니
여러 번 떨어진 사람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같은 길을 먼저 걸어온 딸의 마음도
다시 헤아려보는 계기가 되었다.
미용사 필기 실기 시험에
여러 번 떨어졌지만 그 과정을
전부 이겨내고 지금 딸아이는
헤어디자이너로 당당히 제 몫을 하고 있다.
지금의 내 심정으로 당시의 딸아이 마음을
헤아려보니 그런 과정을 잘 이겨내 준
딸아이가 그저 기특하고 대견하고
고맙게 느껴질 뿐이다.
일하느라 바쁠 텐데
딸아이한테 카톡이 왔다.
카카오톡 선물로
스타벅스 아이스 카페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그래서 나는
다시 시작하려 한다.
완전히 정리된 상태에서가 아니라,
아직 조금 흔들리는 상태 그대로.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정확하게,
조금 더 나답게.
나는 다시 가위를 들 것이다.
넘어졌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지점이 생겼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끝까지 가보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서 멈추지 않으려 한다.
4개월 자격증반을 마치고
1차 불합격되었을 때도
나는 다음 과정을 진행했다.
실무반 3개월과 실습반 1개월
그리고 꾸준한 봉사활동까지.
그리고 지금
나는 합격 후에 진행하려고 했던
다음 단계인 취업 창업 프로그램을
신청하려고 한다.
불합격인 상태라 아쉽기는 하지만
다음 단계를 진행하며
다시 재시험을 준비할 생각이다.
분명한 것은
실력은 향상되고 있으며
다소 자격증처럼 늦어지고 있는 것도 있지만
모든 것은 과정대로 멈춤 없이
내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흔들리지만
난 가야 할 길을 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누군가처럼
가는 길에 겪여야 하는 과정을
겪고 있을 뿐이다.
오늘은 이제 그만
잠시 마음을 내려놓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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