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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하기, 인생 2막 도전기

60대, 시험장에 다시 서다… 그날의 기록

by 링크셀릭스 2026.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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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3월 28일,  정기기능사 1회.

나는 다시 시험장에 섰다.
60대의 나이에, 두 번째 도전이었다.

 

25년 12월 2일 정기기능사 4회 때

한 번의 탈락을 겪고 다시 들어선 자리지만
긴장감은 여전했다.

 

시험 전날은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늘 장 트러블로 화장실을 자주 가는 습관이 있어

전날 저녁은 이른 시간에 아주 가볍게 먹고,
아침은 아예 거른 채 집을 나섰다.

 

주말이라 토요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용인 수지에서 출발해
천안 시험장에는 7시 40분쯤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마음은 조용한 긴장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시험장은 작년과 달랐다.

수원에서 봤을 때는
앞쪽에 거울과 작업대가 있고
이동식 3단 트레이와 뒤쪽에 세면대가 따로 있는

구조였는데,

천안은
거울과 세면대가 함께 있고
작은 작업대와 여러 칸이 나뉜

이동식 트레이가 놓여 있었다.

사소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막상 준비물을 세팅하려니
순간적으로 당황하게 된다.

이런 부분도
미리 알고 갔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장에는 총 일곱 명이 있었다.

나를 제외한 여섯 명은
미용을 전문으로 배우는 학생들 같았다.

젊은 얼굴들 사이에
6번의 등번호를 달고

60대의 내가 거기에 서 있었다.

 

그 장면이 당황스럽고 낯설면서도
학생들이 잘 되길 바라는 아버지 같은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 시험이지만
긴장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손끝은 여전히 조심스러웠고,
시간은 여전히 빠르게 흘렀다.

시험이라는 것은
몇 번을 겪어도 쉽게 익숙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은 달랐다.

하나의 과정을 이겨내고 뛰어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연습했고,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

그 생각 하나로
마음을 조금 더 붙잡을 수 있었다.

 

정신없이 시험을 치르고 나니

긴장감이 풀어지며
지나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처음 가위를 잡았던 날,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그리고 다시 연습했던 시간들.

그 모든 과정이
나를 이 자리까지 데려온 것이다.

 

다시 시험을 치르기까지

지치고 힘들었지만

시험을 끝내고 나오는 길은 
마음이 생각보다 가벼웠다.

결과를 떠나
다시 도전했다는 것,
그리고 끝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였다.

  

시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천안까지 온 김에
천안공원묘원에 들렀다.

할아버지, 할머니 묘소에 절을 올리고
막걸리 한 잔씩 따라 드렸다.

조용히 서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나오는데
마음 한편이 묵직해졌다.

살아 계실 때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한 아쉬움이
짧게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일까,
부모님께 더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오랜만에
안성에 사는 대학 시절 친구를 만났다.

청국장찌개로 점심을 함께하고,
스타벅스 카페를 두 군데나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바닐라라테를 마셨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삼겹살 맛집이

있다고 꼬드기는 친구 덕분에 못 이기는 척

저녁까지 크게 대접받고
편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험의 긴장과 하루의 무게가
그 시간 속에서 조금씩 풀려갔다.

 

하루를 돌아보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감정이 오갔다.

긴장과 집중, 아쉬움,
그리고 조용한 위로와 따뜻한 시간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나는 다시 가위를 들 것이다.

부모님의 머리를
지금보다 더 편안하게, 더 자연스럽게
오래오래 깎아드리고,

가위와 클리퍼 그리고 빗의 손놀림이

조금 더 나아지고

조금 더 자연스러워지기 위해.

그리고

내가 인정하고

남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이용사가 되기 위해.

 

그렇다.

돌이켜 보면 삶이란 게 쉬운 과정은 없었다.

이겨내는가 그렇지 못한가의 문제이고,

하는가 안 하는가의 문제이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니 못하는 것이다.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나는 이 생각에 변함이 없다.

 

내일부터는 시험 준비로 등한시했던

선인장도 돌보고, 그간 게을리했던

달리기와 쇼핑몰 그리고 100대 명산 도전도

다시 시작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합격의 기운을 담아

이용사 실기시험 도구들을

당근에 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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