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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하기, 인생 2막 도전기

연습과 실전 사이, 머리보다 어려운 것들

by 링크셀릭스 2026.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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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이발소 무료 커트 기록>

나는 요즘

일주일에 5일, 하루 3시간씩

학원 이발소에서 무료 커트를 한다.

매번 손님을 대할때마다 

늘 당황스럽다.

 

학원에서 가발로 연습할 때는
모든 게 정돈돼 있었다.
두상도 일정했고, 머리결도 비슷했고,
내가 배운 순서대로 자르면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학원 이발소에서 실제

사람 머리를 자르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사람들의 머리는 정말 제각각이다.
울퉁불퉁한 두상,
가늘거나 유난히 두꺼운 머리카락,
직모와 곱슬,
떡이 져서 빗질조차 쉽지 않은 머리,
숱이 너무 많거나 반대로 거의 없는 머리,
정수리가 훤히 드러난 대머리까지.

 

가발로 연습할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의자에 앉은 순간부터

한꺼번에 밀려온다.
연습과 실전은 정말 다르다는 말을
몸으로 실감하는 요즘이다.

 

거기에 사람은 머리만 다른 게 아니다.
성격도, 말투도, 요구도 모두 다르다.

 

커트하는 내내
자신의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도 있고,
스타일에 대한 요구를 계속 바꾸는 사람도 있다.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는 싫고, 저렇게도 말고”
세세하게 주문하는 분도 있다.

 

상고든, 댄디든
머리를 자르는 순서나 기본 기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같은 이름의 스타일도
결국 전혀 다른 결과가 되어야 한다.

 

그걸 맞춰가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가위를 들고 서 있지만
손보다 먼저 흔들리는 건
내 마음이다.

 

조금만 망설이면
그 망설임이 그대로 가위 끝에 전해진다.
괜히 더 조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라인이 애매해지고
마음은 더 불안해진다.

 

무표정한 손님을 만나면
‘지금 잘 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고,
너무 친절한 손님을 만나도
‘그래도 더 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생긴다.

 

그럴수록 깨닫게 된다.
이발은 손기술 이전에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고,
그보다 먼저
내 마음을 다루는 일이라는 걸.

 

요즘은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지금의 내 실력 안에서
정직하게, 성실하게 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돌려본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해 보자고,
이 손님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만 붙들어보려고 한다.

 

아직도 부족하다.
실수도 하고,
집에 돌아와 하루를 다시 떠올리며
아쉬워하는 날도 많다.

 

그래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내가 잘못된 길에 서 있는 건 아닐까’보다는
‘오늘도 하나는 배웠다’는 생각이

남는다는 것.

 

연습과 실전 사이에서
당황하고, 흔들리고, 배우면서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

 

사람 머리보다 더 어려운 건
결국 내 마음이었다.
그 마음을 다루는 법을
이발을 하며 함께 배우는 중이다.

 

서툴지만
그래도 오늘도 가위를 쥔다.
그게 지금의 내가
가장 솔직하게 할 수 있는 선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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